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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직접행동 청소년

빛글 9월 <안개가 우릴 가릴 때> - 글쓴이 한나



당신의 열기가 뭉근히 나에게 다가와

나의 짙던 안개가 걷히고,

그 너머에 있던 당신은

언제든지 타오를 수 있는 당신의 온도를

당신과 나의 길 위에 흩뿌린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당신은 그 뜨거운 길 위에 맨발로 올라가

누구보다 결연한 표정으로 담담히

내 손을 이끌고 걸어간다.


당신의 그 표정은 아득히 나에게 다가와

나의 슬픈 너머를 지우고,

그곳을 향하는 당신의 시선은

언제라도 가려질 듯 흔들리는 그곳의 형상을

당신과 나의 바람 위에 견고히 올린다.


언제나 그럴 것처럼,

당신의 시선은 그 미지근한 너머에 선명히 고정되어

무엇보다 단단한 눈동자로 변함없이

나의 너머를 굳건히 지탱한다.


언젠가,

안개가 우릴 가릴 때,

우린 서로의 열기를 품으며

다시 그 너머로 나아간다.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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