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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직접행동 청소년

빛글 9월 <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또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다.> - 글쓴이 강다은



약 1달동안 청소년 직접행동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았다. 다같이 노들야학에도 다녀오고 여러 얘기도 들었지만, 나는 여전히 장애인과 장애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야 하는가를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볼 필요도 느끼지 못한 채, 조금씩 바뀌어가는 세상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알지 못했다. 내 주변에 무심코 지나쳐온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우대버스들이, 장애인분들이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싸우고 말하여 사회를 바꾼 발걸음들이라는 것을.


내가 지금까지 정의해온 '장애인'이란, 내가 이해할 수 없고, 사회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끊임없이 도태되고 낙오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내 주변에 장애가 있는 아이를 대할 때, 자꾸 어린아이 대하듯 하게 되거나, 그 아이의 마음과 눈치만을 보게 되고 골칫거리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싫었다.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자 그 아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답답함만 늘어날 뿐이었다. 급기야 그 아이가 여기에서 이런 시선들을 받느니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했었던 것도 시인해야겠다. 결국 나에게는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 글을 써야하는 시기가 부쩍 코앞에 왔음에도, 나의 이런 생각들엔 변화가 별로 없었다. 그대로 써내는 글과 생각들은 꼴보기 싫게만 튀어나왔기에, 나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했다. 그래서 급히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짬짬이 읽어보고, 부랴부랴 '크립캠프'도 시청했다.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저자 김도현

출판 메이데이

발매 2007.04.20.


"나에게 그는 결코 장애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라는 말은 마치 흑인들에게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덜 까맣소." 라고 칭찬하는 것이나, 유태인에게 "나는 당신을 결코 유태인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소." 라며 아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다.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중-


크립 캠프 - 장애는 없다

감독 니콜 뉴햄, 짐 레브레흐트

출연 미등록

개봉 미개봉


"그때서야 사람들이 나를 '주디'가 아니라 '아픈 아이'라고 본다는 것을 알았다." -'크립캠프' 중-


여기에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게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 라거나 '우리가 사회에 맞게 바뀌어야 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우리에게 맞게 바뀌어야 한다.' 라는 생각들을 읽고 들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장애에 대한 생각들이 바뀌었다. 정말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자리 잡은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게 얼마나 강력하고, 그것을 바르게 다시 생각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한 노력이 필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장애인이라는 말은 그저 사람들을 분류하는 어떤 말일 뿐이다. 인싸, 실업자, 청소년, 백수 등 사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분류해 차별하고 소외 시키는 것이 쭉 지속되어왔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더 높은 벽이 세워져 있다. 그 꼬리표는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그 사람을 표현하는, 그 자체가 되곤 한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어느 때든, '장애인' 이라는 판정을 받자마자 사회에서 배척되어간다. 사회의 눈에 장애인은, 그저 문제 거리로 여겨질 뿐이다. '당신에게 장애인 친구가 없는 이유' 라는 영상을 보고 나서, 나는 사회가 '장애인'이라는 문제를 숨겨버리기로- 없애버리기로 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 문제가 안에서 썩고 있다 하더라도 그 문제가 이 세상에 없는 줄로 안다. 다른 많은 것들처럼 '장애인'도 수면 아래로 잠긴 채 우리는 살아왔다.


한 사람이 어떤 단어, 그 자체가 되어가는 데에는 주변 세상의 여러 시선이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크립캠프를 보고서, 그리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두드러졌는데,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는 것은 주변 사람들 아닌가. 우선 장애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같은 사람, 그저 사람이라는 그 생각과 시선이 깔려있어야, 말하는 것을 듣고, 주변 환경을 바꿔나가, 다같이 수업을 받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한다. 생각해보라. 그냥 세상에 태어나서 어른이 되어 돈 벌어 먹고 사는 것도, 내게는 반불가능한 거대한 산처럼, 까마득하게 보이고 내가 아주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주변에서 문제덩어리, 피해야 하는 것, 이라는 시선을 받으면서 지내야 한다면.. 나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것 같다.


'장애'라는 것을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지나 않는지, 아니면 그저 눈을 돌리고 있지나 않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편견의 껍질을 한 꺼풀 벗기고,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사람과 사람, 그리고 또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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